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가 전한 말이다. 그는 "온라인에 존재하는 매물은 대부분 이미 계약이 끝났거나 허위매물"이라며 "매물이 하나라도 나오면 일단 대기표를 받고 기다려야 집을 볼 수 있다"고 현 시장 상황을 설명했다.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은 지난달 13일 잠실·삼성·대치·청담동(잠삼대청)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 이후 토허제로 묶이진 않았지만 더 비싼 강남권의 아파트 매수문의까지 확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잠실 아파트 가격이 오르자 이곳을 팔고 반포나 잠원 등의 초고가 아파트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
매수인 간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집 상태를 보지 않고 무조건 계약을 하는 사례까지 생겼다. 토요일 하루에만 10팀에 달하는 매수희망자가 방문하기로 해 매도인이 주말에 외출을 못 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토허제 이후에는 잠실 '엘스·리센츠·트리지움(엘리트)'가 위치한 송파구 아파트의 가격 상승률이 가장 두드러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첫 주 송파구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68%로 7년 1개월만에 가장 높았다. 집값 폭등기였던 2020~2021년보다 상승률이 가파른 셈이다.
실제로 잠실 엘리트의 호가가 급격히 치솟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리센츠 전용 59㎡(28층)가 지난해 12월 17일 23억1000만원을 기록하며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현재 나와 있는 동일 평형 매물은 4층 이하 저층임에도 26억5000만원이다. 이 매물을 담당하는 공인중개사는 "전용 59㎡ 매물의 경우 지금 딱 두 개밖에 없다"며 "토허제 해제 이후 가격이 많이 올라 작년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삼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리센츠의 전용 84㎡ 매물의 집주인은 지난달 27억5000만원이었던 호가를 한 달 만에 31억원으로 높이기도 했다. 매수 수요가 쏠리자 일부 집주인은 가계약금의 2배를 매수인에게 돌려주면서까지 호가를 더 올리고 있다는 전언도 있다.
서울시 "토허제와 아파트 가격 급등 큰 상관 없어"

한 서울시 관계자는 "토허제 이후에는 호가만 높아졌을 뿐 실제 거래 자체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송파구 잠실의 한 공인중개사도 이전보다 높게 거래된 매물에 대해 "인테리어 비용에만 1억~2억원 가량을 쓴 곳이라 그 가격이 실거래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엘스의 전용 84㎡(14층)는 지난달 26일 30억원에 손바뀜이 일어나며 신고가를 썼다.
시장에선 토허제 해제 효과가 실제 가격을 끌어올리는 위력을 발휘한 것으로 본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토허제가 풀리고 '똘똘한 한 채'를 따라 송파에서 서초, 강남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어 강남권 전반에 가격 상승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제는 부동산 시장의 매수세가 마포·용산·성동구(마용성)를 넘어 광진·동작·강동구까지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