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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옥션통 전달 뉴스] - 선거 코앞인데 집값 안 꺾이니… 다시 등장한 ‘다주택자 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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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코앞인데 집값 안 꺾이니… 다시 등장한 ‘다주택자 때리기’

정순우 기자
입력
수정2026.02.04. 오전 10:37
기사원문
부동산 정책인가 부동산 정치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및 보완 방안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및 보완 방안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연일 쏟아지는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관련 발언들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다주택자가 주택을 독식하고 있는 탓에 집값이 치솟고 무주택 서민들이 주거 불안에 시달리고 있으니, 이들을 징벌하는 게 정의이자 곧 시장 정상화라는 논리다.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대통령의 목표 자체에 이견을 제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갈수록 과격해지는 대통령의 메시지는 복잡한 주택 시장의 수급 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한 결과라기보다, 다주택자를 표적으로 삼는 ‘부동산 정치’로 흐르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택 시장에 대한 정부 통계와 국책 연구기관의 분석 결과들은, 다주택자를 집값 상승의 절대적 주범으로 상정하는 대통령의 인식과 시장의 실제 작동 원리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존재함을 시사하고 있다.

그래픽=김성규
그래픽=김성규

◇다주택자, 집값 급등 주범 맞나?

정부 통계인 국가데이터처의 주택 소유 통계를 보면, 수도권 다주택자는 부동산 시장이 회복 국면에 접어들던 2015년(87만명)부터 2020년(105만명)까지 빠르게 증가했다. 이후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중과(重課)와 금리 인상이 겹치면서 2년 연속 감소하다 소폭 증가세로 돌아섰다. 가장 최신인 2024년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다주택자는 105만3421명이다.

주목할 점은 그 구성의 변화다.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수도권 2주택자는 79만6165명에서 83만6735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3주택 이상 보유자는 오히려 2300여명 감소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수십·수백 채씩 사들이는 투기 세력’의 가파른 유입과는 거리가 먼 변화다. 상속·증여 등으로 인해 비자발적 다주택자가 된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전체 주택 소유자 가운데 다주택자 비중은 계속 줄고 있다. 2019년 15.6%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에는 13.9%까지 낮아졌다. 2015년 14.3% 이후 10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인구가 늘면서 다주택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수백 채 싹쓸이 다주택자, 평균 매입가 1억대

대통령이 언급한 ‘집을 수십~수백 채씩 사 모은 사람들’이 실제로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것일까. 국회 국정감사 시즌마다 정치권에서는 주택 싹쓸이 사례가 제시된다. 그러나 이들 사례는 거의 서울 아파트와는 거리가 멀다.

예컨대 한 국회의원이 지난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 간 주택 보유 상위 100명이 4115채를 6639억원에 매입했다. 숫자만 보면 1인당 수백 채씩 사재기한 것이지만, 한 채당 평균 매입가는 1억6000만원 수준이다. 서울과 수도권 핵심 지역 아파트를 사들이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 전체 주택의 40%는 다세대·다가구 주택”이라며 “여러 채를 보유한 사람 중에는 월세로 노후 생활비를 충당하려고 빌라에 투자한 은퇴 세대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생계형 빌라 투자를 서울 아파트값 폭등의 주범으로 몰아가는 건 시장 구조를 간과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의 세금 체계도 서울·수도권에 아파트 여러 채를 보유하기 어렵게 만든다. 예컨대 3주택자부터는 종부세율이 최대 5%에 달한다. 부동산 세금 모의 계산 서비스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공시 가격 100억원짜리 주택 1채 보유자의 연간 보유세는 1억원 수준인 반면, 공시 가격 20억원짜리 주택 5채를 가진 경우 보유세는 1억7000만원을 넘는다. 각종 공제를 적용받는 1주택자는 세금 부담을 더 줄일 수 있다. 자산 규모가 같아도 다주택자가 2~4배의 세금을 부담하는 구조다.

본인이 살고 있는 주택을 제외하고 나머지 4채에서 월세를 받는다 해도 보유세에 임대 소득세, 유지·보수 비용을 감안하면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 우병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세무사)은 “지금 서울에서 3주택 이상을 보유할 경우 기대 수익을 세금이 상쇄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다주택자 규제가 시장 안정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책 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의 2023년 연구 결과다. 이 연구에 따르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율이 1%포인트 오르면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률도 0.206% 커진다. 세금 부담이 늘면 다주택자는 매도 대신 증여나 버티기를 선택하면서 매물이 줄어드는 ‘락인 효과’가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투기 억제를 목표로 한 규제가 오히려 공급 부족을 심화시켜 부동산 가격을 더욱 올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책 실패 덮는 ‘부동산 정치’ 귀환

이 같은 통계와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다주택자를 집값 불안의 주범으로 악마화하는 접근은 정책 효과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 드러난다. 다주택자 규제는 상징성과 메시지는 강하지만, 시장 구조를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통령과 정치권이 통계와 배치되는 강경 메시지를 지속하는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우려한다. 공급 부족이나 대출 규제 엇박자 같은 정책 실패를 특정 집단에 대한 비난으로 덮으려는 ‘부동산 정치’에 가깝다는 것이다. 유선종 건국대 교수는 “선거는 다가오는데 집값은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부동산 정책이 아닌 부동산 정치를 하고 있다”며 “무리한 다주택자 규제로 부동산 실패를 경험했던 과거 정권을 반면교사 삼아 시장 기능을 회복시키는 정책 노선으로 돌아서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건 의지나 구호가 아니라 공급·금융·세제를 아우르는 정밀한 정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그 여부가 부동산 정치냐, 부동산 정책이냐를 가른다는 얘기다.